어제 낮 5시부터 제 블로그에 접속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호스팅 회사가 문제가 생겼나?"

라고 생각하고 별 신경을 안썼는데, 밤이 깊어졌는데도 접속이 안돼는 겁니다. 아니 이럴수가? 갑자기 제 블로그에 접속이 불가능해지자 사람이 거의 공황상태가 되더군요. 새벽 2시까지도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악몽을 꾸었습니다. 계속 제 블로그에 접속할 수 없는 꿈을 말입니다. 저장된 모든 글들이 지워지고, 제 블로그는 계속 '접속할 수 업습니다'는 메시지만 뜨는~ 악몽...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황량한 겨울 산이지만 가끔식 보기 좋은 억새도 눈에 띄더군요.(뜬금없는 사진)


아침에, 결국은 문제를 풀었습니다. 바로 '도메인'이 기한이 만료가 됐더군요. 저는 작년 이맘때 사무실에 홀로 앉아서 도메인 3개를 등록했던 것입니다. 휴~. 그리고 2주 뒤인 1월 말에, 굳현님의 도움을 받아 제 블로그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제 2주만 있으면 제 블로그도 1주년을 맞이하는 군요. 1년의 시간 동안에 약 200여개의 블로깅을 했으니, 이틀에 하나 꼴로 무언가를 끄적였던 것 같습니다.

이 도메인www.eastasia.co.kr 을 검색하던 지난해 초에는 이 도메인을 제 개인 블로그를 위해서 사용하려고 산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눈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야심찬 도메인의 '포스'를 갖고 있는데요, 얼결에 제 블로그의 도메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잠시 제 '도메인 소유'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렇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구매한 도메인은 2000년 3월달에 구입한 '우리노트'라는 도메인입니다.
www.urinote.com
어떻습니까? 이 도메인을 구입한 이유는, 당시에 'ebusiness'수업을 들으면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친구들과 대학노트 공유 사이트를 기획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우리노트'라는 사업을 구상했었지요. 당시에 미국에도 저와 비슷한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습니다. 물론 대학의 저작권 공세 때문에 재판에서 패소하면서 문을 닫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학생인 관계로, 겨우 노트 공유사이트 정도를 기획했을 뿐이지만, 지금 추진한다고 해도 참으로 유용할 것 같은데요.^^;

2000년에 이 도메인을 구입할 때 약 34000원이라는 거금을 쏟았습니다. 1년 만 뒤에는 도메인을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Woori로 해야 할지 Uri 로 할지도 고민을 했었는데, 우리는 물론 '유리'로도 발음된다는 장점 때문에 선택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도메인 등록했다니까, 친구들이 부러워 하던 기억이 나는 군요.

두번째 구매한 시점은 2001년 7월이었습니다. 아주 야심찬 브랜드... 바로 '페퍼박스'입니다

www.pepperbox.co.kr
페퍼박스. 후추박스라는 뜻입니다. 2001년 사이버문화연구소에서 놀던 '야인시절'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와이어드'를 꿈꿨던 '닷21'과 '스키조'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사라졌더랬죠. 거기 출신 기자들과 사이버문화연구소 멤버들이 아주 과감하게 혁신적인 '웹진'을 만들기로 했었는데요. 바로 '페퍼박스'라는 브랜드를 생각해냈습니다. 세상에 후추같은 매거진이 되자는 뜻이었습니다.

저 도메인을 잡기 위해 2주간 회의를 하고, 제돈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약 25,000원 정도였을 겁니다. 그리고 약 200만원 돈을 모아서 컴퓨터와 집기를 구매하고, 사람들 끌어모으고---즉 디자이너, 사진가, 필진들을 모아서 잡지를 기획했던 일이 눈에 선합니다. 참 재미있는 시기였습니다. 2001년 여름을 그렇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9.11이 터지고 많은 사람들은 약속이나 했던 듯이 자신의 일을 찾아 떠나가더군요. 저 역시도 슬그머니 회사에 합격해서 떠나왔더랬습니다.

세번째 구매한 시점은 2002년일 겁니다.

www.hojai.com
제 브랜드로 무언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등록을 하고 홈페이지를 만들긴 했는데, 생활의 바쁨에 휘둘려 결국은 아무것도 못하고 1년을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이 도메인은 어떤 회사의 소유가 돼 있더군요. 시집보낸 어미의 심정 입니다. ^^

그리고 약 4~5년간 누구도 도메인을 등록하라고 강제하지 않더군요. 침체기였지요. 그리고 지난 해 웹2.0붐과 함께 다시 도메인을 등록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작년 초에 약 3개의 도메인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회사 동료들의 요청에 따라 제 신용카드로, 약 15명의 도메인을 사다 주는 거간꾼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만료가 머지 않았습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 1년 동안 살아남았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제가 보유한 도메인 가운데 제일 애착이 가는 도메인명은....www.AEIOO.com 이랍니다. ^^; 아에이오우 닷컴~~, 먼가 그럴싸 하지 않나요?

언젠가 저는 도메인을 무단 점거하는 '도메인 스쿼팅'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사업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업 방식이더군요. 그는 2000년 당시, www.imt2000.com을 극적으로 등록에 성공했던 인물입니다. 당시에 그 도메인은 약 100억원대의 가치를 가졌다는 평가를 언론으로 부터 받기도 했었지요. 물론, 그 도메인은 지금 아무에게도 팔리지 않고 무쓸모한 자산이 되고 말았더군요. 그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메인은 수석(水石)과 같은 거예요.....한참 모을 때는 모든 돌이 돈으로 보이지만, 어느 순간 그저 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돼죠."

그렇습니다. 100억원을 호가하는 도메인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본질은 지구가 형성되던 46억년전에 만들어진  여타의 '돌맹이와'와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결국 그 가치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 한해도 제 도메인에 부끄럽지 않는 블로그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PS. 아~ 주말이 갔군요.
Posted by hoj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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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ane 2007/01/15 10:19  Modify/Delete  Reply  Address

    저처럼 아무 생각없이 등록한 도메인이 아니라, 많은 고민과 역사를 자랑하는 도메인이었던거군요.
    사실 저도 처음 방문했을때, 뭔가 도메인 자체에서 광채가 나 보이긴 했습니다. ㅎ

  3. susanna 2007/01/15 13:35  Modify/Delete  Reply  Address

    아, 기한만료가 곧 된다고 알려주지도 않고 그냥 먹통이 되어버린단 말씀? '참 나쁜' 호스팅 회사야~~~

  4. hojai 2007/01/15 15:16  Modify/Delete  Reply  Address

    아니, 전화로 까지 알려주긴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그 호스팅 회사에 다른 서비스를 몇개 동시에 받는 바람에, 이스트아시아가 만료가 됐다는 것은 미처 생각치도 못하게 된 것입니다.

  5. Hee 2007/01/19 20:21  Modify/Delete  Reply  Address

    전 유명아파트의 이름과 동일한..도메인을 소유하고 있는데..
    처음엔 내심 기대도 했지만...
    당연하게도 아무 연락이 없어서 꽤 좌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도메인에 부끄럽지 않은 블로그라...
    저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아. 제가 블로그로 쓰는 도메인은...
    학창시절 생각만 하고 있다가 자금이 딸려서 등록 못하고..
    몇해전 기간이 만료된 걸 보고 잽싸게 등록한 녀석이라..
    무척 애착이 있는 도메인입니다.

    이 포스팅때문에 여러 추억을 되살리고 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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