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기 전에---'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한다는 씨네큐브. 그리고 가수 이현우의 어색한 표정을 내세운 포스터.

누구라도 쉽게 지나칠만한 포스터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얼마전 광화문 일민빌딩 5층에서 영상운동을 하는 단체인 '미디-액트'에 들렀다가, 거기에 비치된 자료에서 성 모 감독의 '여름이 가기 전에--'라는 낯선영화의 소개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역할이란 게 참 묘한 것 같다.(아무리 작은 매체라도 언급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닷)

성 감독은 그 유명한 필름 아카데미 출신이라는 데 어느새 파리에 눌러 앉아 어느새 10여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젊음이 다 가기 전에 사랑에 대한 영화를 하나 찍어보고 싶었는데-- 돈 안되는 시나리오를 갖고 결국은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인터뷰가, 바로 그 잡지에 실려 있었던 것이다.

걸음을 멈추고 호기심에 이끌려 시네큐브에 들어가다. 놀랍게도 단 5분 뒤에 시작한다는 영화시간 안내. 이런 경우는 영화와 궁합이 맞는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갑 속에 잠자고 있던 문화상품권으로 결재하고 1시간 20분 정도의 짧은 영화를 감상하다.


영화 여름이 가기 전에(2007): 젊고 아름다운 몸매의 김보경과 나이먹었지만 여전히 촉촉한 눈빛을 지닌 이현우의 원숙한(?) 연기. 짝사랑에 대한 고전적인 스토리. 그런데 이번엔 여성이 그 주인공이다.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은,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의 여성감독의 생활 공간이었을 서울 종로를 중심으로 한 강북의 배경뿐이었다. 덕수궁-광화문-인사동-교보문고-남산-구기동-서교동 등등

예전에 여자란 존재에 대해서 잘 모를 때, 요즘 흔히 거론되는 '된장녀' 혹은 '여우같다'라는 말을 생각없이 사용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여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했기 때문인지 이 영화에 나오는 여성의 역할(김보경 분)에 대해서 쉽게 비난을 할 수가 없게 됐다. 남성과 여성의 생존조건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도올 김용옥 선생의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도올의 화두는 정말 대단한 무게감을 지닌다. 결국 철학한다는 것은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이고, 그 인간의 영역에서 아직까지 정복되지 못한 대상은 바로 여성이 아닐까. 영화를 보고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의문점에 빠진다. 과연 여성과 사랑한 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보경?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비참한 존재. 사랑이란 얼마나 추한가? 그런데 그렇게 추하기 때문에 사랑이 아닐까? 사랑이 아름답다고 주장하는 것은 젊음의 특권일 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영화는 30대 중후반을 위한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애시당초 시장에서 성공을 꿈꾼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를 봐야 할 사람 : 영화를 학문적으로 배운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 김보경의 어여쁜 몸매만 보고 싶은 사람. 가수 이현우가 아닌 배우 이현우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백두대간의 영화 초이스 선택을 믿는 분. 여자에 대해 궁금하신 분.

영화를 봐서는 안 될 사람 : 초저예산 영화 싫어하는 분(출연배우 2~3명만 나오는 영화?) 밍기적거리는 영화. 여자에게 채여보지 못한 사람. 여자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분.

Posted by hoj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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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usanna 2007/01/30 23:40  Modify/Delete  Reply  Address

    아, 이 영화가 시네큐브에서 하는 구나. 봐야징~ 감독이 과 선배라서 더 궁금~~~

  3. hojai 2007/01/30 23:56  Modify/Delete  Reply  Address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조금은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2000년대 버전이라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그와는 영화문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역시 선배께서 보시고 정리를 좀 해주셨으면...

  4. Lane 2007/01/31 09:59  Modify/Delete  Reply  Address

    음... 전 아래 영화를 봐서는 안 될 사람에 적어두신 조건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30대 중후반을 위한 영화라는 점에서 걸리는 군요.
    후후후.

  5. goodhyun 2007/01/31 13:34  Modify/Delete  Reply  Address

    강렬히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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