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어렵다.
우선 쇼핑을 하면 가방이 무거워진다. 이동하는데 있어 불편한 것은 여행의 불행이다.
캄보디아에 갔을 때, 함께 갔던 친구가 수제 목조 불상을 꼭 사고 싶어 했다. 결국 욕심을 내서 서로 4개씩 사긴 했는데, 결국 쇼핑을 하는 순간 여행객은 포터로 돌변할 뿐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 아니면 사기 힘든 쇼핑목록이 존재하기도 한다.
처음 해외여행 다닐 때는, 한참 맛들이기 시작한 양주에 끌려 발레타인 쇼핑에 열을 올렸던 기억이 나기도 하는데, 이미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버렸다.

<손문 기념관에서 구입한 CD들_1만2000원>

중국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폭발해 결국 몇장의 CD를 구입했다.
중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읽고 보리라는 확신은 없었는데, 꼭 구입해야 겠다는 충동이 들었다.
나중에 모 상가를 지나다가 비슷한 목록의 CD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가격 역이 1/3이라는 것을 알고 허탈했으나 여행객에게 쇼핑이란 한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은 기회이기 때문에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_그런데 아직도 보지 못하고 있다.
모택동 관련 CD는 모택동이 혁명 성공 이후 천안문 광장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고 충동 구매했음.

<홍콩에서 구매한 콜럼비아 등산화_7만원>
이번 여행가기 전에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지난 5년간 나와 함께했던 등산화를 어이없는 사고를 통해 떠나보내야 했던 것이다.
17만원짜리 나이키 등산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년전, 막 모 대기업에 입사했을 당시, 회사는 신입사원들에게 문화활동비라는 비자금성 현금을 지급함으로서 직장인으로서의 품위와 자기개발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던 시절이 있었다.
한달 10만원. 이 돈에 한해서는 카드 결재고지서를 가져오면 바로 현금으로 지급해 주는 아주 특별한 제도를 갖고 있었다. 2월인가 신입사원 교육중이었기 때문에 주말에 잠시 서울에 나와 20만원을 한꺼번해 소비해야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누군가 등산화를 사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해주었다.

그래서, 당시 나이키로 달려가 가장 비싼 등산화를 구매 해버리는 사건을 감행하고 말았다.
평소 내 구매 행태로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으나, 왠걸....이 등산화는 말 그대로 초 특급이었다. 만 5년을 함께했는데 그 착용감을 난 아직도 그리워 한다.

홍콩 여행전, 이 등산화를 한번 세탁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건조 기능이 있는 세탁기에 넣어 버리는 무식한 행동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결국 어떻게 됐을까. 건조 비율을 60%로 높였기 때문이었다. 신발은 고열을 견디지 못하고, 신발과 밑 고무가 분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나에게는 이런 일을 대비하야, 1년전 홈쇼핑을 통해 5만5천원에 구매한 등산화가 한벌 더 있었으나, 그 등산화는 아주 황당한게....플라슽틱 재질의 뒷면이 일그러져 내 뒷굽을 긁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홈쇼핑. 상품명은 황당하게도 '스위스밀리터리'(이런 브랜드의 등산화는 없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결국 홍콩에서 그 신발을 버려야 했고, 울며 겨자먹기로 값비싼 등산화를 구매해야 했다.
하루만 더 참으면 2만원에도 등산화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충고가 있었지만, 도저히 그 하루를 참을 수가 없었다. 발이 너무 아파서..

<홍콩 첵랍콕 공항. 버거킹 세트 5200원>

공항에 가면 난 언제나 버거킹을 사먹는다. 일종의 습관이다.
습관이란 무섭지만, 가장 싼 가격에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에 끊을 수가 없다.
한국보다 약 10% 정도 높은 가격_버거킹 지수가 더 잘 맞는 듯^^;. 대략 공항에서 여행을 시작, 혹은 마무리 하며 먹기 때문에, 나에게는 일종의 여행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_13000원 정도>

이번이 세번째다. 하루키 책을 공항에서 구입한 지가.
노르웨이안 우드
양을 쫒는 모험, 그리고 카프카 온더 쇼어.

그러니까 3년전, 하루 2만원짜리 홍콩 YMCA모텔에서 불쌍하게 3일을 시간을 보내던 시절. 나보다 더 불쌍한 친구를 만났더랬다. 아일랜드에서 온 40세의 모씨였는데, 그 친구는 아내와 이혼하고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게 돼어 무려 8개월째 아시아를 순례중이었다.

돈 떨어지면 영어강사 하고, 돈 생기면 자리를 이동하는 방식으로 몇년 더 버티겠다는 40세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 싸구려 모텔에서 하루키의 노르웨이언 우드를 읽는 서양인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왜 일본 작가의 글을 읽지?"
"글쎄... 누군가 추천해 줬는데... 생각보다 내게 맞는 것 같아서. 읽기에도 편하지만...그것보다도 함께 쓸쓸해진 느낌이 왠지....쓸쓸하지 않아서..."

아이도 없다. 아내도 사라졌다. 직장도 사라졌다. 우중충한 아일랜드.
나도 다시 하루키를 읽고 싶어졌었다. 그래서 영문판을 하나씩 모아보기로 했다.
출판사 빈티지. 놀라운 것은 오히려 유럽 공항에서는 쉽게 하루끼 영문판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아시아 공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홍콩 공항에서는 저, 카프카가 유일한 하루키 책이었다. 영국 히드로 작은 서점에서도 하루키 책은 7~8권은 됐었는데...

<콜럼비아 잠바_4만원>

중국에서 잠바를 하나 사고싶었는데, 절대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지 못했음.
일종의 풍요속의 빈곤이라고나 할까.
결국 홍콩에 돌아온 날 폭탄세일 장에서.


Ps: 잠시 중국 광저우 여행 블로그는 한달 뒤로 미루겠습니다.
1월말에 방문했던 보르네오 섬에 대한 블로그 부터 연재토록 하겠습니닷.
Posted by hoj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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