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폰카의 위력.
저는 조금 독특한 취재 경험을 통해 '폰카의 위력'을 앞서 실감했더랬습니다. 바로 2003년 2월 24일에 있었던 '조계종 총무원장 투표 사건'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법장 스님'이 비주류로서 극적으로 총무원장에 당선된 날입니다.
당시 저는 법장스님을 간접적으로 잘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불교계 '장기기증 운동'을 총괄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조계종 내부의 주류 비주류 갈등에 대해 알리 없었기에, 단순한 호기심 차원에서 선거를 전후한 조계종 주위의 분위기 파악을 하고 있었습니다. 흥비롭게도 당시 개혁파로 분류된 불교계 외각조직들은 대부분 법장 스님 지지파더군요. '오호---이 분이 잘 하면 당선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감상 정도에 빠져 있었습니다.
선거 당일, 한 법장스님 계열의 불교계 인사를 만나서 차를 마실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약속장소에 '사색'이 돼서 도착하더군요.
"큰일 났어요. 반대파 쪽에서 휴대폰 폰카로 투표용지를 찍어오면 '훗날을 약속한다'는 식의 매표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요?"
폰카를 통한 매표행위. 제가 알기에 2003년 2월 이전, 전세계에서 이 같은 행위가 벌어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른바, '세계적인 특종(?)'인(될 가능성을 내재한...어쩌구 저쩌구인) 셈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할까 궁금했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투표인단은 단 321명에 불과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70%그러니까 4:3 정도는 이미 고정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수vs 진보의 고정표가 정해졌다는 얘기죠. 나머지 30% 약 100여명이 바로 변수 입니다. 이 백명에게 100억원을 뿌리는 게 바로 이번 선거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들 중도파들은 앞으로는 돈을 받고, 뒤로는 다른 사람에게 투표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아예 폰카를 찍어오는 사람에게만, 그 대가를 약속한 것 같습니다...."
그랬다. 선거인단 수가 제한적일 때, 폰카 선거의 위력은 빛을 발한다. 드라마 '하얀 거탑'의 외과과장 선거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지지의 대가를 무한정이라도 주고 싶지만 '비밀 선거' 때문에 주는 사람을 주저하게 만든다. 결국 찍는 사람은 자신의 진심을 폰카라도 인정하고 싶다는 게 바로 사건의 핵심이 된다. 개개인에 맞춰 발달된 IT기기가 민주주의 근간인 비밀투표 제도의 밑둥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선거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선거는 그야말로 정치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그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종교단체건, 정치판이건, 선거에서는 이기기 위해서는 그 무엇도 피하지 않는다.(쓰다보니 개혁파를 좋게 표현했는데,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양쪽 모두 자신의 지지자에게 자리를 약속하고 물질적 대가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이 의혹에 대한 결론은 어떻게 났을까.
"아니, 그렇다고 어떻게 영험하신 스님들 바지춤을 검색해서 핸드폰을 압수합니까. 그런 소문이 돌더라도 머 참고 넘어가야죠. 우리쪽도 최선을 다했으니 크게 불리할 것 같지는 않은데....그래도 찜찜하네요."
결국 '폰카 이용 매표 행위'는 사실로 확인되지 못했다. 그리고 당시 법장스님이 여유있게 승리했기 때문에, 이 문제는 공론화 되지 못했다. 실제로 몇 명이나 폰카를 찍어 그 대가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분위기의 치열성을 되새겨 볼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비밀투표 제도를 넘어서기 위한 정치꾼들의 도전은 꾸준히 계속됐다. 50~70년대에는 사람들이 순수(?)해서 '막걸리 한되만 얻어먹어도' 혹은 '고무신 한짝'만 받아도 미안해서 1번을 기표했다고 한다. 군대에서는 연대투표나, 천막을 아예 펼친 공개 투표도 횡행했다고 한다. 개표 과정에서의 문제는 언제나 문제가 된 대목이다.
발달된 IT 기기들....앞으로 입는 컴퓨터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몰카가 더욱 기승을 부리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 투표소에 '공항 검색대'를 능가하는 장치가 도입될까. 아니면 '공인인증서'를 바탕으로 하는 재택투표가 도입될 것인가. IT의 발전은 매우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PS. 한나라당의 이번 폰카이용 매표행위는, 절대 엄벌에 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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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빈것들.. 경선투표장에서 사진촬영을??
Tracked from 시사와 영화 2007/08/20 13:57
어제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투표가 전국적으로 있었던 날입니다. 어제 오전 부산의 한 선거구에서 한명이 투표용지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다가 적발이 되어 무효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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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경선", "카메라폰(또는 디카일수도 있겠지)" 세 가지 개념을 잘 섞어 놓으면 이런 현상도 만들 수 있구나. 참,인간의,특히,한국인의 상상력의 한계란...집요하도다.
너무 폄하하진 말았으면. 재밌는 지옥이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