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 사적인 여행과정을 급하게 글로 기록하다 보니 지명이나 팩트에 실수가 많을 수 있습니다

* 인물 관련 사항은 의도적인 신분 가리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혹한기' 중국 요녕성 여행기

----<1> 낯선 대련에서 첫날밤, 그저 춥기만 했다


2월28일 오후 인천 공항에서 중국 대련행 비행기에 오르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묻는다.

"왜 그리 중국에 (자주) 가시나요?"


생각해 보니 7번째인지 8번째인지 헛갈릴 정도가 됐다.

"글쎄요. 아무래도 조금 넓다 보니...한 번에 다 볼 수가 없잖아요."


라고 답하긴 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미진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다니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

세상에 목적과 이유 없이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을까?

그럼에도 이번 여행 만큼은 스스로도 조금은 근거가 부족함을 느꼈다.


막연하고 준비없이 출발했다는 얘기다.



****1위안에 250원 환율에 충격*****


공항에 도착해 환전을 위해 은행에 달려갔다

분명 전 주에는 1위안에 220원이었지만, 은행의 환전표에는 248원이라고 찍혀있다.


'맙소사...'


지난 8월 연변에 갈때 환율은 1위안에 148원이었다. 50만원을 바꾸면 4000위안 가까이 지갑에 채워졌다.

그러나 이제는 2000위안 조금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고민 끝에 30만원을 환전대에 올렸다.

은행원은 1200위안을 올려놓는다.

이 돈으로 몇일이나 버틸 수 있을까?


요녕성이란 우리 역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땅이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요동땅이 바로 저곳이다.

고조선의 중심지였고, 부여와 고구려 백제가 차례로 동이족의 역사를 일군 땅이 되겠다.

(물론 이런 식의 역사적 관점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저 꼭 가보고 싶은 동북 3성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대련 공항에 내렸다.

다섯시 사십분.

낯선 공항에 내릴 때 만큼 막막한 일도 없다.

게다가 나는 이 도시에 아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두렵다.

입국 심사를 받고 들어서는 대련의 풍경은 역시 중국의 일부였다.

웬지 익숙한 냄새와 표정들...


사람들이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택시정류장으로 몰려간다.

나 역시도 중국에 올 때는 매번 택시를 탔던 것 같다.

버스가 없을까 해서 공항 직원에게 이것 저것을 물게 됐다.

그의 답은 "시내가는 공항버스는 지금은 끊겼다, 택시타면 30위안 정도 나온다"는 것.


순간 30위안이라는 돈의 가치를 따져봤다.

예전엔 4500원 가량됐겠지만, 이제는 7000원 정도 한다는 얘기다.

서울에서도 부담되는 가격이다.

순식간에 한국 관광객이 가난해진 셈이다.


"지창 푸진, 요메이요 공공치처 다오 중산광창(中山廣場)?"(나)

그는 친절하게도 5분 정도 걸어나가면 702번 버스가 있다고 알려준다.

가격은 1위안 이란다.

돈 얘기를 듣고는 미련없이 버스를 택했다.


대개 공항이란 도시의 변방에 위치해 있다.

막상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어느쪽이 시내방향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시골이다.

누군가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감을 믿고 한 방향을 택해 버스에 올랐다.

불행하게도 버스는 더욱 변두리로 향한다.

중국의 변두리는 한 마디로 암흑 천국이다.

순간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고민끝에 다시 버스에 내려 길을 건너 다시 버스를 갈아탔다.


중국 대도시 변두리는 너무도 깜깜했고,

변두리 자신의 보금자리로 향하는 노동자들의 표정은 역시 어두웠다.

다행이 버스는 꼬불꼬불 길을 따라 시내 중심부로 향한다.


북방의 홍콩이라는 대련, 중국어로는 다롄(大蓮)이 되겠다.


버스에서 바라본 대련시내 풍경.

대련은 북방의 홍콩으로 불릴 정도로 금융과 IT로 급부상한 도시다.


이번 여행을 위해 사전에 지출한 비용은 이렇다


*왕복항공권 88,000원+택스 11만원=20만원

*대련 3성급 호텔 2박 = 9만원

*중국 1년 복수 비자 = 14만원


버스가 1시간을 달리니 대련의 중심거리인 중산광장에 도착했다.

지도상에 따르면 이 곳에서 머지 않은 곳에 호텔이 존재한다.

(방향감각이 나쁘지 않음에도 무려 30분 이상을 헤메이다)


호텔이 자리잡은 곳은 항구를 바라보는 철로변이었다.

지나치게 우중충한 호텔이라 급 다황.

방을 확인하고, 시내 산책을 나갔다.

저녁에는 만나야할 사람이 한 명 있긴 했다.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주린 배를 채우는 일.


마침 저녁 시간이라 거의 모든 식당의 불빛이 환했다.

오전에 받은 환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나의 발걸음은 허름한 집으로 향했다.


우육면(니우로우미옌)을 전문으로 한다는 식당에 들어가

볶음면을 하나 시키고, 대련에 살고 있다는 한 블로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니우로우미옌을 줄기차게 먹었다. 보통 6위안~10위안 정도.


거의 모든 식당에 존재하는 메뉴이다보니,

나 같은 중국어가 짧고 가난한 여행객에는 가장 적절한 요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주방장의 어설픈 차림에서 급 절망.


오후까지 서울에 있다가, 갑자기 대련에 당도한 나는 살짝 변화된 환경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낯선 땅에서 니우로미옌을 먹고 있는 내 자신의 처지가 조금 한심하다고나 할까?


대련에 당도하기 전 필자는 블로그들을 샅샅히 검색해봤다.

혹시 대련에 살고 있는 블로거가 존재할까 해서다.

그러나 블로그 검색은 꽤 많은 실망감을 내게 안겼다.

대개 대련의 유흥가 소개가 대부분 이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나는 대련라이프넷(Dalianlife.net)이라는 대련 생활정보지에 끌렸다.



운영자에게 메일을 보냈더니, 놀랍게도 그가 답장을 해 왔다.

그는 대련에 살고 있는 조선족이라고 했다.

첫날 밤, 그와 어렵사리 만남이 이뤄졌다.



JACK PARK. 20대 중반. 대련라이프넷 운영자. 연변과기대 졸업, 현재 대련에서 IT업체에 근무중


그는 전 세계적인 IT기업의 대련 지사에서 일하는 건실한 청년이었다.

멋진 폭스바겐을 타고 나를 맞이하러 나왔다.

연변과학기술대학을 나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모 대학에서 교환학을 거치면서 한국에 대한 지식도 풍부했다)


"아, 반갑습니다. 대련에 대해 이것 저것 궁금한 점이 많은데..."(나)


"제가 아는 선에서 도움을 좀 드리지요"(잭 팍)


그도 여느 또래 젊은이처럼, 중국의 여러 도시들을 경험해 봤더랬다.

공부를 하기 위해 연변으로 가보기도 하고, 직장을 찾아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온 가족이 대련에 정착하게 됐다고 한다.


"대련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이 모두 결합된 매우 특이한 도시입니다.

조선족들도 적지 않아서 저도 당연히 조선족 커뮤니티에 의지합니다.

앞으로 저는 이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커피전문점을 여는 게 꿈입니다."


그가 대련라이프넷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실제 커피라는 음식에 대해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현재 IT전문가로 활동중이다.


블로거가 되기에 적합한 조건인 셈이다.

그에게서 대련에 대한 정보보다는 연변과기대를 나온 조선족 젊은이들에 대한 얘기를 더 들었나 보다.


"대련은 IT로 특화된 도시입니다. (물론 조선공업도 있지만) 날씨도 좋고, 생활하기도 좋아서,

겨울이 아니라 여름에 왔다면 더 많은 보고 가실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사실 그의 도움은 이게 끝이었다.

그와 헤어지고 급하게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다.

그에게서 다른 어떤 사람도 소개 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물론 그 점보다는 그와 술한잔 하지 못했다는 점이 더 아쉬웠던 듯 싶다)


그렇게 쓸쓸하게 하루가 지났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Posted by hoj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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