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크가 꿈꿨던 ‘자유의 실현’으로서의 웹(web),
                                                그리고 '웹 주의(ism)' 선언

== 웹 전쟁을 통해 알 수 있는 모든 것 <웹 이후의 세계> 저자 김국현 인터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국현 님과의 인터뷰는 6월25일 홍대앞 레스토랑 그리고 은밀한 G사 공간에서 이뤄졌습니다.









 













_ 오늘날 2009년을 웹이란 미디어의 전성 시대로 규정할 수 있을까? 어떤 근거에서?


"웹은 이미 미디어라는 기능적 기술의 범주를 넘어 하나의 세계가 되어 버렸습니다. 감히 일종의 대안세계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현실적 제약에 의해 좌절되었던 여러가지 가능성이 시뮬레이션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공간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 실재하고 있고 나아가 현실도 바꿀 수 있음을 그 가능성을 지금 우리는 이미 목격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_웹2.0이 회자된지도 3년이 흘렀고 국내에선 버블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럼에도 웹2.0을 줄기차게 얘기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웹2.0이란 말은 그냥 유행어였을뿐이라 언젠가는 이야기할 것입니다만, 그 안에 담긴 변화의 요소들은 이미 고삐가 풀린 이상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현실의 한계에 의해 설정될 수 밖에 없었던 근대화 이후의 수많은 제도와 관습들이 이 바뀐 세계 안에서는 한낱 부조리요 기득권임에 불과함을 깨닫게 되는 충격이기 때문입니다. 그 제도와 관습에 근거한 수많은 산업은 이미 적잖은 위기를 겪고 있고, 그 다음 타자는 정치제도 및 경제제도일지도 모릅니다."



_어째서 웹이 단순한 IT세상의 얘기가 아닌 사회의 정치경제와 직결된 것일까? 물론 미디어이기 때문에?  


"웹이란 그 시뮬레이션된 세계에 대한 일종의 자연과학에 불과합니다. 물리학과 생물학이 이 세계의 하부구조를 묘사하듯, 웹은 대안 세계의 하부구조를 묘사하는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대안 세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일들이 시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대의민주주의란 현실적 제약 때문에 대의를 시킨 것입니다. 경제의 불확실성은 정보의 편차가 이용된 결과입니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세계의 사안들이 '시장'이라는 불완전 플랫폼을 통해서 무리하게 시도되어 왔습니다. 완전 플랫폼을 향한 갈망의 2009년 버전이 웹입니다."

    녹색경제에 대응하는 그린 IT도 있다


_녹색 경제가 뜨거운 이슈다. 그린 IT, 저탄소 IT가   IT의 중심 흐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분명 트렌드는 될 것이다. 이 키워드가 지닌 함의나 여러가지 정치적 의도를 떠나서 이 방향성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가 시선을 끌고 히트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설령 유행이라고 하더라도 리스크에 대비하고 지속적 성장을 위한 기초체력을 다지는 좋은 훈련은 될 것이다. 단 한국의 녹색 성장은 세계적 트렌드인 그린 IT조차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_예를들어 한동안 무선 시장이 신성장 동력이 될 거라고, 한때는  IPTV가 업계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지금은 방통융합이 또 그렇다. IT시장은 미디어 시장과 뒤엉키면서 정책 혼선과 로비로 시장이 산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걸까?


"정부나 국가가 신성장 동력이 무엇이 될 것이라 예단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위험하다. 그 것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특히 한국과 같이 좁은 시장에서 정부가 선언하는 순간 시야의 왜곡이 일어난다.

성장은 기업이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용기에 주주가 투자를 하고 그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용기가 공정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한줌의 판단력이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치명적 자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_(웹과 사회갈등) 이란에서 웹은 불온한 무기이고, 또한 북한이나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웹이 사회갈등을 부채질한다거나 혼란을 키운다는 권력자들의 불만이 있다. 웹은 민주주의에 기여한다고 보나? 도대체 어떤 민주주의. 기술과 민주주의는 함께 진화하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혹은 무관한가?

"민주주의의 조건에 만약 개인의 자유가 포함된다면, '무차별적 자유'를 주는 웹이야 말로 민주주의 치료를 위한 가장 강력한 쇼크 요법일 수 있습니다. 이는 전혀 희석되지 않은 원액의 자유이기 때문에 너무 지독할 수도 있고, 그 많은 부작용을 우리 사회도 이미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조차도 이 원액이 퍼져 나가 영향을 미치면서 중화될 것이다고 믿는 믿음이 민주주의가 아닐까 합니다."



_(조금 더 단순하게) 도대체 웹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건 때론 정보 확산에 도움을 주지만 저작권을 침해하기도 하고, 반대로 정보가 유출되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사생활을 유출시키기도 한다. TV이기도 하고 방송이기도 하고 때로 신문이자 잡지이기도 하다.

"책에서 이상계라는 말을 썼다. 중의어다. 이상과 이상. 우리가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것이 어쩌면 현실의 착시, 더 구체적으로는 긴 인류의 역사를 놓고 볼 때 최근 일이백년 사이에 형성된 구속 요건일 수 있다. 저작권도 마찬가지다. 나역시 창조자라 믿기에 창조의 권리는 보장받아야 하지만, 그 것이 앤여왕법에 의해서는 아니다. 저작권은 새로운 시대를 위해 빨리 2.0으로 진보되어야 한다. 이상을 추구하려는 모든 현상이 어쩌면 웹이다.


웹의 이후는 불확실성의 세계


_클라우딩 컴퓨팅, RIA , UX , SOA, BPM.... IT는 용어 때문에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IT는 어려운 기술인가?


"알파벳 약어를 기술 업계는 유난히 남용한다. 궁금하게 만들어 관심을 얻기 위함일텐데, 오히려 대중을 소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내가 책과 글을 쓰는 이유도 이런 것들 알고 보면 별 것 아니고, 오히려 우리 비즈니스의 한 국면을 잘 그려내는 도구에 불과함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_웹의 진화는 어디까지 될까? 그 이후도 웹으로 불릴까?


"웹이 진화한다는 표현은 약간 이상한 듯 하다. 웹이라는 특정 기술은 선형적으로 진보하겠지만, 위의 수많은 용어들로 표현된 기술들이 주변에 탄생하며 웹을 중심으로 뒤엉킬 것이다. 그러나 아마 상당 기간 동안 그러한 표현의 네트워크, 공유의 네트워크, 참여의 네트워크를 웹이라 부를 것 같기는 하다."




_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상징되는 산업주의 시대가 끝이 난 지금 혁신은 '계획'으로 불가능 하다는 코멘트가 인상적이다. 게다가 오늘날 웹과 인터넷을 만들어 낸 것은 전화국이나 정부가 아닌 썬과 시스코 등의 민간기업이라는 점, 게다가 웹의 미래를 바꿔가는 주역 역시 창조적 개인이나 구글 네이버 같은 초거대 민간 기업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DJ정부 시절 이후 우리는 정부가 초고속 인터넷을 선도적으로 깔았기에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됐다고 믿고 있는 점도 이색적인데) 최근 구글과 한국 정부와의 갈등도 인상적인 대목인데 웹과 정부와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 전망하는가?


"정부가 웹 그 자체가 되려는 노력을 간절히 해야 한다. 소통의 부재란 이 세계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세가 결여되었다는 뜻이기도 한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을 웹의 세계 안에서 살게 될 것이다. 유비쿼터스, 모바일, 브로드밴드, 다 그 실태다. 하루에 모니터를 보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모니터는 그 세계를 향한 수많은 문의 시작일 뿐이다.


 한국은 명실상부 최고의 브로드밴드 국가이다. 이는 부존자원이 많은 나라에 태어나는 일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나라가 반드시 좋은 나라이고 강국일 개연성은 없다. 우리가 진정 IT강국이 되기를 원한다면 이 부존자원이 효과적으로 적합하게 쓰  수 있도록, 즉 혁신과 발전이 일어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그 것은 오히려 개별 기술의 보급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제도와 문화의 문제다. 세계가 인정하는 진정한 IT 강국은 그러한 토양을 지니고 있다. 실리콘 벨리나 북유럽이 그러하다."


_과거에도 e-정부 라고 무언가 해보려고 했지만 홈페이지 제작, 공문서 발급 정도에 그쳤다. 오히려 국가와 웹은 궁합이 안맞는다는 생각도 든다.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정말 벌거 벗겠다는 심정으로 소통하겠다는 자세가 있다면 그것이 블로그든 트위터든 국민은 반응할 것이다. 정부도 결국은 관료의 집성촌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관료들은 개인이다. 문제는 그쪽 개인과 이쪽 개인 사이의 벽이다.


_저자는 웹을 기본적으로 개인 자유의 확대(실현자와 평형자)하는 도구로 규정했다.  과거에 그 역할은 국가가 한게 아닌가? 공교육의 확대, 공정한 관리자 플랫폼으로서의 국가....만일 그렇다면 웹과 국가의 이상은 동일한 것일텐데... 이상이 동일하기에 경쟁하는 것일까?

"흥미로운 시각이다. 이미 웹에서는 국가의 경계는 언어와 지역정보의 차이 정도로 희박해졌다. 예컨대 글로벌한 웹사이트에서 언어를 선택하는 이유는 더 편하게 읽기 위함이고, 지역을 선택하는 이유는 날씨나 뉴스 때문이다. 세계의 정보를 관할하기 시작한 초월적 정리자들은 어떤면에서 개별 국가 기관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임을 여러 형태로 증명하고 있다. 종래의 시각에서 보면 건방지고 위험한 존재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국가가 실현자와 평형자의 역할을 했었을까? 국가에 그 역할을 우리는 기대했고 또 실망했을 수는 있다. 공평히 기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_액티브 액스(혹은 공인 인증서) 얘기를 해보자.  사회 표준을 정하고 그것을 제도권으로 규합하려는 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관행적인 행위가 사회에 악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관(관)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관할해야 한다는 상식하에서, 어떤 제도를 표준화하고 이를 의무화하는 것. 닫힌 사회, 목적이 분명한 사회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내일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사회에서는, 발전과 진보의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모든 상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상식이 우리의 미래의 덫이 될 수 있다."



_ 하이에크는 자유의 극단을 추구한 사상가다. 때론 그가 오독돼고 오해받아서 금융 자유주의자로 낙인까지 찍히기도 했지만, 그는 인간에게 주어진 한계를 벗어버리고 자유의 한계에 도달할 때야 비로소 새로운 공익이 창출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상가다. 저자는 그 자유의 실현으로 웹을 지목했다. 납득이 가면서도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하는데.... 웹이 말하는 자유주의란 무엇일까?

"하이에크는 가장 널리 오독되고 있는 사상가중의 하나다. 신자유주의 논쟁 덕에 오히려 자유의 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니 안쓰럽다. 하이에크가 말한 자생적 질서가 최단기간내에 성공적으로 시뮬레이션 가능함을 웹은 보여줬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를 다시 읽을 동기가, 그리고 더 나아가 고전적 자유주의를 이해하려는 동기가 생길 것이다. 마르크스와 하이에크는 아이러니하게도 최신IT를 이해하기 위한 고전들이다.

우리는 지도와 나침반을 잃은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의 내일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 그 상황에서도 자유가 있다면 사회는 질서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믿음을 웹의 역사는 증명했고, 비슷한 일이 우리 삶가 사회에도 웹으로 상징되는 대안세계로서의 네트워크에 의해 가능하다 믿는 것이 바로 웹 주의다."



_정리해 보자. 한때 "신문이 정부"이던 시절이 있었고, 방송이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웹은 혼돈 그 자체다. 그러나 그렇기(자유 그 자체이기) 때문에 저자는 웹이 새로운 이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웹 주의는 인민들에게 도대체 어떤 세계를 선물할 수 있을까?


"웹2.0의 3대 통념으로 이야기했던 것이 대안세계의 등장, 소수자의 대두, 기득권의 붕괴였다. 붕괴란 비극이 아니다. 해체와 생성의 미래다. 혼돈은 반드시 네거티브한 현상만은 아니다. 이 새로운 플랫폼에서 진정한 자유가 실험될 것이기에, 이 새로운 자유주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시장의 한계에 봉착한 신자유주의도, 정부의 한계에 절망한 사회주의도 모두 높았던 이상과 낮은 현실의 괴리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나 그 높았던 이상들을 수긍할 플랫폼이 지금 생성되고 있다. 그 이상을 정리할 시점이다."



_그럼에도 때론 비관스럽다. 당신은 절망한 적 없나?


"절망한다. 그렇기에 각자 희망을 찾아야 하고, 내가 겨우 찾은 희망은 여기에 있었다. "



2009년 6월 26일




Posted by hojai.

Trackback URL : http://www.eastasia.co.kr/trackback/591


Leave your greetings here.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ious : 1 : ... 87 : 88 : 89 : 90 : 91 : 92 : 93 : 94 : 95 : ... 623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