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감자칩을 반만 먹는다 사치스럽게
내 어머니는 자주 "제발 햄버거나 콜라 같은 것 좀 먹지 말라"고 잔소리다.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잔소리일까. 물론 안다. 내 몸을 수퍼사이즈 한다는 것의 역겨움을 말이다. 실제콜라의 단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 썪은니가 싫어하고, 게다가 내 처진 뱃살까지도 와퍼와 빅맥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도시에 사는 사람이 패스트푸드를 거부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혹은 미칠 것 같은 식욕에 대한 귀찮음 또한 가볍게 먹고 치울 수 있는 맥도날드 간판을 찾게 만든다. 게다가 3000원이라는 저렴함까지 더하면. 도심의 별미란 북미지역 어디에서 자랐을지 모르는 소고기 찌꺼기마저도 그저 달갑게 만드는 것이다.
"어이 학생 나 감자칩이 너무 적어, 조금 더 줘..."
엊그제 젊은이들로 가득찬 인사동 맥도날드에서 매우 낯선 상황을 접했다.
한눈에 70살을 훨씬 넘은 노인 한분이 주문대로 다가와 감자칩을 더 달라고 항의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눈에 그 양은 그리 적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알바는 아무런 대답도 않고 그의 감자칩을 휙 채더니 형식적으로 감자칩 몇개를 더 넣어준다. 그러자 그 할아버지는 섭섭만족한듯 잠자코 뒤돌아 선다.
그러고보니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어 보였던 맥도널드 매장의 상당수는 이름모를 노인들로 사이사이 채워져 있었다. 그제서야 깨달음이 찾아온다. '아, 서울 도시에서 3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할 곳은 여기가 유일하구나"
나에게는 한끼 별미인 빅백이 노인들에게는 고마운 한끼 점심이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국수 한그릇도 최소 3500원, 한솥 도시락도 4000원을 호가하는 시대 아닌가. 그러니 글로벌 기업의 점심 할인행사가 노인들에게 얼마나 고마왔을까.
때문에 나는 트랜스 지방을 걱정하며, 절반 정도 먹고 버리는 감자칩이 그에게는 그토록 소중한 영양보충제였던 것이다.
순간, 맥도날드 앞에서 감자칩 모금행사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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