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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다 말고 잠시 태양을 바라보

























어릴적 천문학자를 꿈꿨더랬다(그 꿈은 꽤 오래 지속돼 고등학교 2학년 미분적분에서 절망할 때까지 지속됐다).

왜 그랬을까?

지금 되돌려봐도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 아마도 어린 시절 세상에 대해 가졌던 환상과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을 천문학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조응시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나의 초딩시절은 천문학으로 꽉차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성의 고리를 보려 노력했고, 핼리혜성 대광란을 겪었고, 각종 초신성 폭발과 이벤트 같던 유성우 사건을 경험했다. 그리고 수 차례의 월식과 일식들. 당시 우주는 너무도 아름다왔고 신비로왔다.

나이를 먹으면서 고개가 빳빳해졌나 보다.

한 때나마 하늘을 향했던 눈은 어느새 땅바닥을 보며 다닐 정도로 타락했다. 현실적이 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타락한 것일 수도 있으리라. 암송하다 시피 했던 별자리 이름을 잃고 아파트 단지 위치와 시세를 기억할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61년만의 최대 개기일식이 벌어진 날. 나는 하필이면 당번이었다.

사무실에 앉아 무료하게, 아니 흥분해 가며 미디어법 관련 아수라장을 지켜보고 무언가를 짜집기해야 했다.
일식은 단 1시간여.
태양의 400분의 1에 불과한 달이 절묘한 위치선정으로 태양과 동일한 크기로 보이는 우주사의 최대 기적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직장인인 나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그런 속에 주어진 약 3분. 나는 커피믹스 포장지를 뜯어 창가로 나아가 가까스로 태양을 바라보고 살포시 똑딱이 카메라를 작동한다.

아. 태양이 어둡다. 깨알같이 작다.





Posted by hoj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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