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인가 캄보디아에 가 본 적이 있다.

매우 길었던 태국 여행의 끝자락이었다. 일주일간의 태국 서부 여행을 마치고 방콕으로 되돌아오니 소설가 백가흠과 그의 동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우연치 않게 그 시기에 내 여동생도 방콕에 있었나보다)

백가흠은 육로를 통해 앙코르와트에 가고자했다. 마침 일정이 2틀 정도 남았던 나는 별 고민 없이 그들(3명)의 여정에 동행했다. 내 배낭여행 역사상 한국인과 함께 한 여정은 그 2틀이 유일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를 따라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으로 새벽 버스를 타고 가서, 캄보디아 젊은이가 운전하는 캠리를 대여해 5시간 걸려 앙코르와트로 향했더랬다. 그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앙코르와트 일출을 구경하고 3시에 공항으로 이동해 서울로 올라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불과 반자절의 앙코르와트 여행었지만 너무도 인상적이었고, 또 하나 배낭여행을 아는 사람과 한다는 것의 고통도 알아챘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여정이란 단 이틀도 힘겨웠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의 백미는,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무한한 자유에 있다. 굶어도 내 탓이고, 길을 잃어도 투덜 거리는 사람은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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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거주공간은 매우 낡았지만 정겨웠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보니 온 세상이 까맣다. 밤새 잠을 설쳐야 했다. 민박집 특유의 어수선함과 대만 특유의 늦여름 열기로 인해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다. 조심스럽게 집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타이페이 역으로 향하다. 새벽 택시를 타고 이동하니 어제 낮에 보지 못했던 대만의 주요 건물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순간 아쉬움이 밀려온다.

다행이도 공항행 버스는 새벽 4시 30분부터 15분 단위로 끊임없이 배차됐다. 6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벌써 허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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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버스. 여전히 손때가 많이 뭍었다. 대만의 첫 인상은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대만 공항 역시 인천공항에 익숙한 내게는 무언가 아쉽기 그지 없었다.
일단 허기를 채우기 위해 공항을 구석구석 둘러봤지만 만만한 식당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충격과 공포....아니..이럴 수가.
지하 어느 구석에서 구내식당을 접하다.
공항 직원을 위해서는 죽과 반찬을 제공했고, 일반인을 위해서는 샌드위치를 팔고 있었다.
그러나 도저히 아침을 빵으로 때울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를테면 공항이라는 회사의 구내식당에 얼쩡거리며 아쉬움을 표시하니,
주방장 같은 사람이 나와 예상되는 한마디를 던진다.
"공항 직원인가요?" 비표를 제시하란 얘기 같았다.

외국인 특유의 어리버리함으로 답하니, 그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한번 부딛혀 보기로 결심하고, 다시 한번 불쌍한 표정을 지어본다.
"매우 배고프다, 빵은 못먹겠다. 이거 내게 팔아라"

그 남성은 살짝 고민하고 눈치를 보더니. 순간 흔쾌하게 응한다. 대신 조건이 있단다.
40대만달라라는 가격은 안되니 60대만달라를 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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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없었던 공항 식당밥
























오호. 통했구나.
기쁨도 잠시. 제공된 죽과 반찬은 도저히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최악의 조합이었다.
물론 십여가지 반찬중 내가 고른 것이긴 하지만 짜고 거친 중국 특유의 음식이었다.
대신 메인 메뉴은 쌀 죽을 먹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어찌저찌 비행기에 오르다.

직원은 하루 묵었기 때문에 공항세 300대만달러를 내야 한다고 귀뜸해 당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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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입국을 위해서는 수많은 서류와 함께 20달라가 필요하다.

























예상대로 캄보디아 프놈펜행 비행기에는 값 싼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타이완을 택한 금발의 백인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불과 30여명이 비행기를 채웠을 뿐이다.

타이완에서 약 3시간.
1시간 가량은 캄보디아에 입국하기 위한 각종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입국 비자 카드란의 앙코르와트 사진이 인상적이다.
4년 전 육로를 통한 입국 때도 이 서류를 본 기억이 있다.
당시엔 5달라였는데, 많이 올랐겠지?
그 땐 출국을 위해서도 출국세가 10여달라 존재해 급하게 돈을 환전해야 했던 불쾌한 기억도 있었다.

캄보디아 내 숙박지 주소?

이 항목에서 멈칫한다. 그러고 보니 난 캄보디아 내 아무런 주소도 갖고 있지 못하다.
보통 선진국에 입국하기 위해선 이 주소가 필수적이다.
만일 없다면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먼저 승무원에게 물었다.

"혹시 프놈펜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이 무언가요?"

모른단다. 제길. 그리하여 옆좌석 미국인인 듯 보이는 젊은이에게 혹시 숙소 주소를 공유할 수 있는지 공손하게 여쭤봤다.

그 친구는 빙긋이 웃으며 자신의 비자 카드를 보여준다. 역시 공란이다.

"글쎄요. 저희도 여기 머물 숙소를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빈칸으로 남겨둘 건데..."

이런 심숑쿠리. 너희 나라 미국이나 영국은 비자 신청란에 주소 안쓰면 입국을 안시킨단 말이다.
역시 나 같은 약소국 국민이나 이런 것을 신경쓰고 있었다는 얘기다.
강대국 국민들은 제3세계 갈때 당당하기 그지 없다.
애당초 그런 권리가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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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폭우로 범람한 메콩강
























어느새 비행기가 인도차이나 반도에 접어들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흙탕물 천지다.
그 가운데로 거대한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메콩강이겠지.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인류 문명의 한 젖줄. 메콩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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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보는 캄보디아의 인상은 빈곤 그 자체였다

























큰 비가 내렸나 보다.
강 주위 민가와 농작물 지역이 침수돼 있었다.
어제나 그제 내린 비 탓일 듯.

강 주변으로 저개발과 빈곤의 느낌이 비행기까지 전해져 왔다.
앙코르와트를 한 번 경험해 본 바로는 따스하고 정겨운 나라였는데,
막상 하늘에서 본 홍수의 현장은 살짝 무섭기 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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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와진 캄보디아

























비행기가 땅에 가까와지다.

캄보디아가 성큼 눈 앞에 다가왔다.
너른 평야에 가옥들이 성기게 자리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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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렀던 프놈펜의 하늘.


























공항을 빠져나온 순간.
나는 택시기사에 둘러 싸였다. 노란옷을 입은 무슨 조합 사람들로 비쳤다.
그들이 제시한 가격은 무려 "7달라" 모두가 똑같았다.

한 두팀을 물리치고 나니 또 다른 팀이 몰려오고, 그 상황이 약 20여분간 지속됐다.

나도 지치고 상대편도 지쳤다.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려니, 그네들도 따라와 내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한다.

"유, 재패니스? 위 러브 재피니스. 데이 헬프 캄보디아 소 머치. 마이 택시 이스 캠리. 도요타. 아이 러브 재패니스 투. 유 니즈 택시? 7달러 투 프놈펜 시티. 올 데이 30 달라..."

한 20여분간을 시달리니 나도 심심해져서 반응을 하기로 맘 먹다.

"두 유 띵크 아이 엠 재패니스? 리얼리?"

그가 벙 찐 듯이 나를 쳐다보더니.

"아, 유 아 코리안...........위 러브 코리안 투" 라고 외친다. 그런 사이 친구가 도착했다.
구세주가 온다는 것은 이런 기분일까?
난 캄보디아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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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마중을 나오다. 와우.

























그리고 캄보디아 여행이 시작됐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스쳐지나간 수준이지만.



Posted by hoj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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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 놀자 2009/10/23 16:37  Modify/Delete  Reply  Address

    맨 아래, 와우~!, S군 사진. 젊어졌다... p.s. "2틀" 이거 있는 단어냐?

    • hojai 2009/10/24 23:26  Modify/Delete  Address

      승석 군에게 신세를 너무 많이 져서 어떻게 답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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