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갔더니 소리소문없이 '문동환 선생'의 자서전이
서가에 꽂혀 있었다.
아.
문동환 선생을 직접 뵌 일이 있다.
정말?
그러니까 2002년 어느날이었다.
화창한 여름이었을까?

긴급조치 시대의 적자이자 막내인 문동환 선생이 자서전을 냈다.
문동환. 1921년생. 문익환 선생의 동생. 한신대 교수를 거쳐 1976년 3.1구국선언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김대중 선생과 함께 민주화 운동 1세대로 불린다. 진보적 기독교계의 어른이었다.
이우정 선생의 장례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 1년차 기자였다.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개뿔도 모르면서 왠지 이우정 선생 부고 기사를 쓰고 싶었다. 다행히도 데스크가 허락을 했고 약 1주간 이우정과 70년대 한국 기독교계의 민주화운동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공부를 했었자 보다.
그리고 한신대에서 열린 그의 장례식장에 갔었다. 한신대는 너무 고느적했고, 장례식은 매우 치열했다. 대개 진보매체 기자들만 와있는 자리에서 나는 뒷좌석에 앉아 있는 김민웅 교수(김민석 형)을 보고 인사를 드렸다.
이것 저것 묻는 와중에 김 교수는 내게 "나에게 묻지 말고 문동환 선생에게 물어봐요. 재밌는 얘기가 많을 거에요"하고 제안했다. 문 선생이 이번 장례식을 위해 수유동 자택에 와있다는 거였다. 그리하여 예정에 없이 인터뷰를 신청하고 이른바 문 패밀리(문익환-문동환)의 거점이었던 수유동 자택으로 어느 한적한 일요일에 향했더랬다.
미국에서 공부한 문동환 선생은 건강 문제로 미국에서 용양중이었었다. 기자의 방문에 그는 헛기침을 몇번 하며 "이우정 선생에 대해 무엇이 궁금한가요?"라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매우 오래된 고택. 널찍한 마당. 그리고 그의 포스에 압도된 나는 어리버리한 질문 몇개를 던지고 1시간 인터뷰를 그냥 아쉽게 흘러보냈다.
그의 책을 보니 갑자기 그 때 70년대 긴급조치 시대가 떠올랐고, 그의 수유동 자택이 떠올랐다.
문제는 그가 이미 한국 사회에서 너무 많이 잊혀졌다는 점. 그의 자서전은 너무 늦게 오거나 혹은 너무 일찍 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몇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서 감히 내가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선생의 건강과 자서전의 인정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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