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3학년 쯤 이성이 생기고 내가 가진 첫번째 장래 희망은
'과학자'였다.
물론 어떤 과학자를 해야 할지는 조금 늦게 결정했는데, 아마 5학년 시절 전파과학사 일본 천체물리학 에세이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천문학자'로 굳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천문학자가 되기 위한 나의 노력든 꽤 거창했다.

월간 뉴튼(과학) 정기구독. 전파과학사 천체물리학 책 수집.
천체사진 어떻게 찍나, 별자리 책 등 사모으기. 등등

문제는 망원경의 가격이 너무나 비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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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공동구매?로 15만원짜리 굴절망원경은 6만5000원에 살 기회가 왔다.

























당시 내 고향 백화점 1층에는 60mm 굴절망원경이 멋지게 전시돼 있었다.
가격 28만원.
1986년은 핼리혜성의 열풍이 몰아친 한해였다.
그리하여 망원경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30만원 정도의 망원경은 이른바 망원경의 최저미니멈 제품이었다.
그러나 1986년도 30만원이란, 지금 돈으로 약 200만원에 해당하는 큰 돈이다.

내 기준으로도 그 존은 너무 컸다.
그리하여 아버님은 내게 같은 매장에서 3만 5000원짜리 망원경을 사주셨더랬다.
당시 우리학교에서 이정도 망원경을 갖고 있는 것도 나 하나뿐이었다.
(물론 기뻤고, 그 망원경을 갖고 한 3년간 열심이 달도 보고 목성도 봤다)

그러나 월간과학이나, 각종 잡지로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내 기준에
3만원짜리 망원경은 겨우 달 크레이터나 구경할 수 잇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나도 수십만원짜리 망원경을 갖고 싶다고 꿈꿨고....
아버지가 그런 망원경을 들고 오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더랬다.
중학교 2학년 때 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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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 조립은 너무 간단했다. 중국제 토이망원경.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제일 먼저 가입한 모임은 '경영신문사'였지만
써클은 걸어서 30분은 가야 있는 이공대 4층의 'KUAAA'였다.
'고려대학교 아마추어 천문연구회'
대학생이 돈이 있을리 없었다.
한대의 커다란 망원경을 갖고 30여명이 나눠서 관측하곤 했다.
그리하여 1학년 여름방학 때는
굴절망원경 반사경 연마 프로젝트까지 참여하기도 했다.
이른바 직접 제작한 수제 망원경을 갖자는 취지였다.
물론 실패했지만.
꽤 열심히 활동한 써클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공대가 아니다 보니 몸이 멀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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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망원경은 너무 허전했다.

























물론 고3때 천문학자의 꿈은 완벽하게 접었다.
아마도 천문학에 대한 경외감을 잃었기 때문이가 보다는,
내가 그리 똑똑하지 않다는 자괴감도 컸고,
천문학을 공부하기엔 세상이 너무 재미있다는 각성도 작용했던듯 싶다.

그리하여 잠깐 '건축공학과'를 가고 싶어했고,
이후에는 심각한 재수를 거쳐 경영학으로 최종 낙찰했다.
어찌저지 경영학 석사까지 했으니....먼 이런 황당한 결론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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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한 망원경. 딱 6만 5000원짜리 망원경이었다.


























1시간에 걸쳐 망원경 조립을 끝마치다.
마눌님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이것을 어디다 쓸 것인지 궁금해서 말이다.

조립을 마치자 마자, 아파트 창으로 보이는 달에 초점을 맞추다.

와.
엄청난 색수차.
그리고 흔들림.
^^;
아이피스도 허접했고, 삼각대도 밋밋했다.
적도의가 없는 망원경이라니...

정확하게 6만5000원짜리 망원경이었다.
아마도 20년전 3만원짜리 망원경보다는 조금 좋은 수준이었지만
그게 그것이었다.

아마도 이번에 초등학교 입학한 조카에게 선물해야 할 듯 싶다.
그 친구는 이 정도 망원경이
내겐 얼마나 로망이었는지를 모를 것이다.



Posted by hoj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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