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원류고란 책이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흠정만주원류고>인데요. 제목 그대로 중국 동북부 만주 지방의 역사를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의 관점에서 해설한 청나라 공식 관찬 연구서 입니다. 황제의 명에 의해 지어진 책에 <흠정>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이 붙는 다고 하더군요.

이 책이 만들어진 해가 1778년인데, 바로 청나라 현제 가운데 한분인 건륭제의 명에 의해 지어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전부터 이 책을 '꼭 번역해야할 명저'로 선택하고 몇몇 교수들에게 번역비를 지원해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번역이 제대로 안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 재야 사학자, 아니 한문학자 께서 독자적으로 2년만에 번역에 성공하신 거지요.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더 큰 문제는 이 내용이 중국과 한국인에게 자못 충격적이라는 사실입니다.
 
김훈의 <남한산성>으로 병자호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 병자호란을 일으킨 여진족은 중국이나 한국 모두 만주의 미개한 족속으로 폄하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여진족의 역사를 살펴보면 쉽게 말해서 여진은 쥬신족의 명백한 일원이며 단군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심지어 금나라의 시조가 고려나 신라에서 왔다는 발언까지도 책 여러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정도 입니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운, 고구려의 일부 구성원인 말갈족, 또는 발해의 건국 주체인 말갈족이 한국인과는 4촌보다 조금더 가까운 민족이라는 얘기 이지요. 우리의 원류로 알려진 몽고족 보다 더 가깝다는 겁니다. 혈연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 까지도 흡사한 대목이 많다는 것도 참으로 흥미 진지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은 이 책의 감수에 참여하신 홍순만 선생입니다)

물론 이 같은 내용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재야 사학계에서 오래 동안 논의된 바 있습니다. 여진족이 단군에서 갈라져 나온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지요.

심지어는 여진족의 어원 (女眞)족의 어원을 '고구려+대진(발해)'에서 찾기도 합니다.

문제는 여진족은 퉁그스계 어족을 가진 민족이라는 건데요. 때문에 일부에서는 고구려가 퉁그스어를 쓴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제가 비전문가 이기 때문에 만주원류고와 여진족에 관련된 쥬신족의 고대사 논란은 여러 역사 관련 커뮤니티를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요는 이렇습니다. 이 책을 우연치 않게 사서 보게 됐는데, 좀 아쉽더군요. 우리나라에 고대사에 마니아인 분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책은 재야 사학계에서 번역했기 때문인지 언론에서 철저하게 외면하더군요.


저도 무슨 사명감 같은 것을 갖고 기사를 쓴건 것은 아니지만, 어찌저찌 기사화에 성공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반향이 컸습니다. ^^;  

번역한 장진근 선생님께 메일이 580여통이 쇄도하고 책도 빠르게 초판이 매진되고 재판을 찍었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책을 히트시킨 경험이 없기 때문인지 "전국적으로 반응이 뜨겁다"며 감사하다"는 출판사의 사례전화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만주원류고 - 8점
장진근 엮음/파워북

한국의 고대사에 관심 있는 분은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 입니다.
한국 역사의 지평을 대륙으로 확 트이게 해줄 것입니다.

게다가 청나라 황제와 당대 최고의 고증학기 보증한 책이니 중국 25서를 비교해 읽는 재미가 쏠쏠할 뿐만 아니라, 수십년을 한문공부에 매진한 한문학자의 힘겨운 번역의 과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manchuria  (만주원류고를 사랑하는 모임)


Posted by hoj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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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홍선생 2009/02/15 00:18  Modify/Delete  Reply  Address

    쥬신에 대해선 프레시안에 김운회 교수란 분이 꽤 장기간 글을 연재중인 것 같더군요. 백두산에서 발견한 인상적인 사실 하나는 명백히 만주족도 자신들의 민족발원지를 백두산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론 고구려 등 동북 지방의 역사를 근대 국가인 대한민국의 고대사라기 보다는 요동사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만주족의 후손들이 이미 중국에 편입되어 있기 때문에 현대 중국이 자신의 고대사 일부라고 해도 나름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만주족이나 몽골을 침략자, 야만인으로 여기면서 한편으론 현재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조상이 동북 지방의 고대사를 전유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 hojai 2009/02/15 02:39  Modify/Delete  Address

      와. 홍선생께서는 저랑 비슷한 취미가 많으시군요. ^^; 사실 김운회 교수도 몇해전 아주 흥미롭게 취재한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김 교수께서는 역사학계에서 이단아로 취급받고 계시죠. ^^;;; 저도 이 기회에 만주사 다시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요동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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